저 배우가 내 표정을 읽고 있다

2019. 9. 6. 23:05연극

‘저 배우가 내 표정을 읽고 있다.’ 미아리 예술극장 첫 방문

 

 

이사를 온 후 가장 해 보고 싶었던 일은 집 앞 미아리예술극장에서 연극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영화를 좋아해서 주말에 혼자 조조할인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었지만, 연극에는 별 관심이 없었죠. 그러다가 연애를 하면서 대학로에서 ‘옥탑방 고양이’라는 연극을 보고 난 후 ‘어 이거 뭐지? 저 배우랑 눈이 마주쳤어. 내 표정을 읽히고 있어.’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연극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연애를 하고 있을때 의사결정엔 항상 합의가 필요했고, 로맨스 작품 외에는 관심이 없는 그 사람과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다른것을 원하는 나는 연극을 보지 않는 것으로 합의를 봤죠. 

 

시간이 흘러 솔로가 된 나는 가장 먼저 연극이 보고 싶었습니다. 수업이 없는 오늘 오후에 무엇을 할까 고민 하다. 바로 미아리예술극장 페이스북 페이지에 들어 갔죠. 링크를 따라 인터파크에 접속을 했는데, 익일 표만 예매 할수 있었습니다. 내일은 공연시간에 다른 선약이 있었기에 오늘 표를 구할 수 없다는 사실에 바로 페이스북 메세지로 문의를 했죠. ‘오늘 예약 되나요? 성북구 주민인데 주민증에 주소변경이 안되어 있어요. 초본같이 가져 가면 성북구 주민 할인 되나요?’를 연타했고, 친절한 답변과 함께 페이스북 메세지를 통해 예약에 성공했습니다. 퇴근시간은 오후다섯시, 연극시작은 여덟시라 팀원들과 저녁을 함께 하고 여유롭게 귀가해 공연시작 20분전에 입장을 완료 했습니다. 

사실 집과 가까운 장소에서 연극을 본다는 행위가 중요했지 그 작품이 어떤 작품인지는 저에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저는 ‘브레인 컨트롤’이라는 작품과 마주 했습니다. 

 

눈과 귀가 새로운 무엇인가에 반응하는 즐거움과  ‘저 배우가 내 표정을 읽고 있다.’라는 감정이 함께 작용 하면서 매우 즐거움과 동시에, 딱딱한 의자가 엉덩이에 전달하는 중력의 힘이 고통으로 울부짖으며 이 공간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생체신호를 보내오고, 작품속 주인공의 처절한 상황이 주인공을 죽음으로 몰고가고, 어렴풋이 뛰엄 뛰엄 생겨 나오는 공감대가 뒤섞여 일상이라는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도피처가 되어 주는 연극이었습니다. 

연극이 끝난후 배우, 제작진들과의 대화시간이 있었는데, 아무런 질문할 꺼리도 없었지만, 다른 관객들은 어떤 질문들을 할지 궁금해서 남아서 대화들을 들어 봤어요. 

역시 연극의 묘미는 같은 작품을 여러번 봐도, 볼때마다 다르다는 것이 겠죠. 관객들 중에는 예전에 이 작품들을 이미 봤고, 많은 부분에 변화가 있었다며, 그 의도를 묻는가 하면, 제 생각할수 없었던 다양한 질문들과 답변들이 오고 갔습니다. 

태풍이 올 땐 연극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의 멘트가 제 인상에 똭 하고 들어왔는데요, 결론은 태풍엔 역시 연극입니다.